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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제12판 출간에 즈음하여

인류 역사에 태평성대가 얼마나 있었겠느냐 싶지만 근래 우리는 2019년 겨울에 시작되어 2020년부터 전 세계에 창궐한 COVID-19 펜데믹 상황에서 거의 3년 가까운 마스크 착용을 경험하였고, 그 상황에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간은 비대면으로 강의를 진행하였으며, 2022년에 이르러 가까스로 대면 강의가 재개되었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불안감을 느끼면서 칸막이가 설치된 강의실에서 강의가 진행되는 초유의 상황을 경험하였다.
1990년 2월 14일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지구를 촬영하여 전송한 인류 역사상 가장 ‘철학적인 천체사진’이라고 평가받는 사진을 소개하고 있는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의 저자 칼 세이건(Carl Sagan)이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다는 “우리가 우주에서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한지를 가르쳐 주고 싶다.”라는 메시지는 단 1장의 사진으로 설명이 충분하였다. 지구에서 약 60억km 떨어진 곳에서 보이저 1호가 찍어서 전송한 지구는 우주에서 ‘먼지 한 톨’에 불과한 모습이었다.
존재의 미약함을 망각하면서 살아온 지나간 많은 날들에 대하여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뇌의 시간을 갖게 되었던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이라고 할 것이다. “내 인생을 바꾼 한 장의 사진”이라고 스스로 평가하며 개인 카프로 올려두어 많은 지인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였으며, 그들의 반복된 질문에 정성껏 설명하였고, 앞으로도 그건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COVID-19 펜데믹 상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흔히 알고 있는 “달도 차면 기운다.”라는 말에서 지혜를 얻어야 하며, 남송의 시인인 양만리(楊萬里)가 지은 납전월계(臘前月季)라는 시에서 유래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나 이와 유사한 의미로 세무십년과(勢無十年過) 또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구절이 전해 주는 의미를 기억하면서 살아야 할 것이다.
개정 제12판에서는 부분적인 개정이 있었던 ?행정조사기본법?, ?행정절차법?, ?행정규제기본법? 등 개정 법률의 내용을 반영하였으며, 법률 개정에 따라 본서의 해당 내용을 정리하였다. 최근 판례 중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되는 판례를 지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추가하였고, 아울러 극히 일부지만 지금까지 남아 있던 오·탈자를 정정하였다.
본서가 출간된 이후 15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니 처음 출간 당시의 마음가짐을 얼마나 유지하고 실천하였는지에 대하여 자문을 하게 된다.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재주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며, 본서를 통해서 행정법을 처음 접하는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
개정 제12판의 출간에도 대명출판사 이철구 대표님의 따뜻한 배려는 변함없었으며, 본서가 지속적으로 완성도를 높여가는데 정성을 다하여 자문을 해주신 마음에 지면을 통하여 깊이 감사드린다. 새롭게 구성된 편집부 담당자 여러분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본서를 통해서 행정법의 학습을 시작하는 독자 여러분의 건승을 빈다.

2023년 새봄의 따사로움을 기다리며
연구실에서 박 재 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