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단감의 간이식만화 군자출판사/유진수

닥터단감은 여태까지 세 개의 단행본이 나왔습니다. 닥터단감의 의학이야기는 전공의 시절 충수돌기염 만화를 그렸던 것을 시작으로 군의관 시절 초반 2년 동안 작업을 통해 완성이 된 내용으로 정신의학신문을 통해 웹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이 내용을 정돈하여 2020년에 단행본으로 두 권을 내게 되었습니다. 만화정신의학신문은 군의관 시절 마지막 1년 동안 작업했던 것을 2021년에야 한 권의 책으로 낸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이식외과 의사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집중적인 만화 작업은 꿈도 못 꾸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신문에 네컷만화를 내는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고요.

하지만, 만화라는 도구를 가지고 제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을 위해서 써먹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계속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미루고 미뤄왔던 간이식만화 작업을 작년부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만화를 통해 사실 개인적인 경험들을 녹아낼 수도 있고 그런 방식이 더 흥미를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주인공은 간이식을 하는 사람으로 등장하고 거기에 녹아 나오는 내용들이 현실에 없는 얘기를 지어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의 소재로 쓰일 정도의 일들이 제 주변에도 당연히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다루는 이식에서의 개인적 경험들은 환자들과 연관이 있을 수 있고 그런 내용들은 누군가로 특정될 수 있는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네이버 웹툰에 어울리는 내용을 그리기보다는 간이식을 예정으로 하거나 간이식을 받은 분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는 교과서 같은 만화를 그리고자 했습니다. 사실, 이는 닥터단감 만화를 그리면서 항상 지키고자 했던 원칙과도 같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픔이 될 수 있는 일들을 단순히 인기를 얻기 위해 휘발성 있는 소재로 사용하는 것처럼 느껴질까봐 최대한 의학적 사실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식의 화법을 유지해왔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얘기하기는 그렇지만, 앞서 얘기한 이유들 때문에 이 만화는 별로 재미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도 다루는 내용에 관심있는 분들에게는 필요한 사실만 잘 정돈해주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간이식을 예정으로 미리 공부하시는 분들에게는 어디에서 간이식을 받느냐를 떠나서 도움이 되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